




피렌체, 오후 다섯 시
두오모가 보이는 창가에서 커피 한 잔이 식는 동안 생긴 일.

해가 지는 해안선
영화가 끝나고 불이 켜지기 직전 같은 시간. 해안선 위의 마지막 빛.

음악 감상실에서
한 면이 끝나면 일어나서 판을 뒤집어야 한다. 그 번거로움이 듣는 방식을 바꾼다.

고요의 언어
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오후에 대해. 창가에 오래 앉아 있으면 보이기 시작하는 것들.

좁은 골목의 시간
차가 들어올 수 없는 길에서는 걸음이 저절로 느려진다.

호수 위의 부두
아무도 없는 부두는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의 무대 같다.

책이 사는 방
다 읽지 못할 걸 알면서도 책을 사는 이유에 대해.

분홍 구름 아래
하늘을 올려다본 게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면.

돌 위의 무화과
그릇 하나, 과일 몇 개, 오후의 그림자. 정물이 여전히 흥미로운 이유.

빈 갤러리
관람객이 모두 떠난 뒤의 전시장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.