창가에 앉아 오후의 빛이 바닥을 건너가는 걸 봤다. 처음 십 분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. 휴대폰을 찾는 손을 몇 번 내려놓고 나서야 빛이 생각보다 빠르게 움직인다는 걸 알게 된다.
고요는 소리가 없는 상태가 아니다. 멀리서 들리는 그릇 소리, 커튼이 창틀에 닿는 소리, 페이지 넘기는 소리. 평소에는 배경이던 것들이 앞으로 나온다.

보는 데에도 시간이 든다
사진가들이 같은 장소에 몇 번이고 돌아가는 이유가 여기 있는 것 같다. 장소는 그대로인데 빛이 다르고, 빛이 다르면 다른 장소가 된다. 한 번 보고 안다고 생각했던 것을 다시 보는 일. 그게 이 글에서 말하고 싶은 전부다.

우리는 너무 빨리 이해하려고 한다. 이해하기 전에 먼저 오래 보는 시간이 필요하다.
다음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오후가 오면, 그 시간을 그대로 둬 보면 어떨까. 생각보다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을지 모른다.



